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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에서 돌아온 류현진의 회전수 : 분석과 막말 사이

by 토아일당 2017. 4. 20.


어떤 신문기사가 이렇게 말했다.

"회전수 2083, MLB 평균은 2209… 류의 공은 실전 아닌 연습 배팅용"

http://sports.news.naver.com/wbaseball/news/read.nhn?oid=023&aid=0003273685&redirect=true


숫자를 사용했다고 [막말]이 [분석]으로 바뀔 수는 없는 일이다. 이보다 휠씬 나은 설명은 다음과 같다. 

"류현진은 부상 전에 비해 종속이 떨어져있다. 150km속구도 종속이 나쁘면 얻어맞는다. 그게 야구다." 

멋지지 않나?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다.


구위와 회전수에 관해 관찰된 사실은 이런 것들이다.

1. 회전수와 공의 위력(피칭결과) 사이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

2. 심지어 속구 회전수와 라이징무브먼트 사이에도 상관관계가 매우 약하다.

3. 오히려 회전수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지표는 [구속]이다. 

4. 타자상대 결과에 휠씬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구속]이다.


새로운 기술의 적용과 통계적 접근의 진전으로 인해, [회전수]라는 새롭고 핫한 아이템이 등장했지만, 많은 맥락에서 그건 한때 이 바닥을 휩쓸없던 [종속]이론의 대체품에 불과하다. 뭔가 말하고 싶고 이왕이면 멋지게 말하고 싶은데 [회전수]가 거기에 딱 맞을 뿐이다.

저 위 4가지 관찰결과에 [회전수] 대신 [종속]이란걸 집어넣으면 딱 들어맞지 않나? 요컨데 회전수 하나로 구위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의미있는 정보도 있다.


미국구단의 분석가들이 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부상에서 돌아온 투수들이 [구속]을 회복하는 것보다 [회전수]를 회복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 경우에 비춘다면 구속도 안돌아온 류현진의 회전수라면 아마 좀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낮은 회전수가 나쁜 결과를 설명하진 않지만, 대신 그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은 설명할거 같다.

선수가 부상으로부터 돌아와 원래의 수준을 회복하는 경로는 2가지다.


1. 원래 방법으로 퍼포먼스를 회복하거나

2. 다른 유형의 투수가 되어 레벨을 유지하거나


류현진이 어디로가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난 2번의 등판에 대해 난 긍정적이다.

예전의 모습이 아니라도 그는 로테이션을 버틸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홈런3방을 맞았지만 7삼진에 6이닝 4실점으로 버텼다. 하위선발후보로는 나쁘지 않다.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기회]다.


그가 회복할까? 모른다. 회전수가 거기에 대해 뭐가 알려주나.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그냥 믿어야 하나? 그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를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세우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무엇이냐 라는거다. 회전수에 근거한 그의 미래성적 예측? 아니다. 그가 지금 보여준 결과가 (하위선발이라 해도) 마운드에 올릴만하냐 아니냐 뿐이다. 그런데 마운드에 올릴만은 하다면, 그는 계속 기회를 받을 것이다. 그의 미래를 결정하는건 그 자신이다. 가짜 전문가, 사이비 예언자가 아니다. 거기에 필요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기회]다.


야구팬들, 야구나라의 시민들은 대체로, 선거의 투표권자들보다 더 현명하게 군다. 그들의 욕망과 공동의 목표, 공동의 선(=팀의승리)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남을 속일 필요가 별로 없고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를 속일 이유가 별로 없다.


한동안은 새로운 [분석데이터] 의 오남용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곧 [종속]이론이 사라진 것처럼 [회전수]이론 역시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도 남도 속일 필요 없이 자신이 열광하는 욕망에 합리적으로 충실한 개인들, 집단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며 만드는 사회는 아주 빨리 진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