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egobaseball
이슈InPlay

황재균을 얼마나 팔면 롯데에게 이익일까?

by 토아일당 2015. 11. 24.


포스팅 신청이 도전인가?  한때는, 야구선수의 해외진출이 조국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일탈이었고, 또 한때는 국위선양을 겸한 신성한 도전이었지만 이젠 둘 다 아니다.  그저 자신을 위한 "이직"일 뿐이다.  폄훼할 것도 미화할 것도 없는 그저 비즈니스다.


포스팅신청은 기본적으로 구단의 권리다.  계약기간이 남은 선수에 대한 '보유권'을 돈받고 파는 상행위다.  그걸 두고 앞길을 막니 마니 논하는것은 좀 우스운 일이다.   적은 포스팅금액만 받고 보유권을 풀어달라 선수가 고집하는 것도 넌센스다.   그나마 요사이 이런 경향은 좀 덜해졌다. 


그럼에도 롯데가 손아섭에게 포스팅 우선권을 준 것은 여전히 비즈니스가 아니라 명분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황재균보다 서비스 타임이 좀더 남아있고 FA자격을 얻었을 때 팀에 남을 가능성이 더 높으며 락커룸에서의 비중도 더 크다.   반면 포스팅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금액은 반대로 더 작다.   그동안의 팀내 기여도 역시 손아섭이 더 크다.  비즈니스 논리라면 그렇기 때문에 손아섭이 아니라 황재균이 포스팅 우선순위여야 하지만 결정은 반대였다.  MLB 이적을 위한 포스팅 신청이 구단이 이익행위가 아니라 공이 큰 선수에게 제공되는 특혜 같은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생기는 일일 수도 있다. 


결국 입찰구단이 없었고 선수는 낙담했겠지만, 구단은 실리도 명분도 다 얻었다.  내심 원했던 결과였을 것이다.  그런데 황재균은 좀 다를 수도 있다. 그는 내야수이고 파워와 하드웨어에서 손아섭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구단이 만족할 만한 규모의 입찰액이 있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황재균 보유권의 가치는 대략 다음처럼 계산될 수 있다.


1) FA까지 남은 1년을 더 쓸 수 있는 권리


어차피 연봉은 따로 지불한다.  보유권의 가치는 1년동안 선수가 기여할 수 있는 성적이 아니라 그를 다른 선수로 대체하려 할 때 지불해야 할 금액 만큼이다.   황재균 수준의 3루수를 시장에서 사올 때 지불해야 하는 이적료 (연봉총액이 아니라) 상당인데, 선수시장이 없는 KBO리그에서는 사실상 측정불가이다.  굳이 추정할 로직을 만든다면 --- 40인외 드래프트나 1.5군급 선수 트레이드를 통해 조달가능한 선수를 S라 하고 황재균과 S 의 WAR 차이 만큼을 외국인 선수 살 때 더 비싼 선수로 업그레이드할 때 드는 비용일 수 있다.  15년 기준 OPS.700 급의 3루수라면 황재균과 WAR에서 2.5-3.0 정도 차이가 날 것이다.  


외국인타자 영입예산이 통상 70만-100만 정도라 하고 이런 선수의 평균적인 WAR 기대치가 4.0 정도라면 얼마나 더 줘야 WAR 6.5-7.0 짜리 선수를 살 수 있을 것이냐 라는 식이다.  (박석민이나 나바로 정도 하는 선수를 구한다는 뜻이다)   대략 150만 달러 정도 더 얹어야 한다고 가정하자.     


2) 1년 후 FA이적을 할 때 받을 수 있는 보상 


2년마다 하는 40인외 드래프트는 KBO리그에서 그나마 선수시장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가졌다.  40인외 선수 중 1라운드 보상금액이 3억원이다.  그 돈이 비싸다고 40인외 1라운드를 스킵하는 팀은 없다.  그렇다면 41번째 선수의 이적료는 최소 3억원 이상이라는 것이 시장에서 증명된 것이다.   


신생팀 창단 시 20인외 지명을 할 때 보상금액은 10억원이었다.  역시 지명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  혹자는 신생팀이 기존 팀에 상납하는 의도라고도 말하지만 어떤 팀의 21번째 선수가 현금 트레이드 10억원에 매물로 나오면 충분히 거래가 성사될 것이다.   그렇다면 21번째 선수의 이적료는 최소 10억원 이상이란 것이 현재 KBO리그의 시장가치로 봐야 한다. 


황재균이 1년 후 FA이적을 할 경우 구단은 21번째 선수로 보상받을 권리가 생긴다.  그것이 10억원+ 의 가치가 있다면 황재균 보유권의 가치는 FA보상규정이 정한 선수연봉200% + 10억원이 된다.  황재균의 15년도 연봉은 3억1천만원이었다.  16년도에는 4억원으로 인상된다 가정하자.  이런 가정으로 위의 둘을 계산하면 


- 1년동안의 대체비용  : 150만달러 

- 1년 후 발생할 권리금 : 8억원+10억원 + 알파


이 된다.  대략 35억-40억원 정도가 될 것 같다.   황재균을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3루수로 대체하는 대신 팀 공격력을 더 고급 외국인 선수로 커버하는데 위에서 가정한 150만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거나 21번째 선수의 현금트레이드 가치가 10억보다 비싸다면 금액은 좀더 커질 수 있다. 


만약 황재균의 FA전 서비스타임이 좀더 남아있었다면 금액은 이보다도 더 컸을 것이다.  1년동안의 대체비용이 150만달러였기 때문에 남아있는 기간 만큼 배수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구단이 가진 A급 3루수 황재균의 배타적 보유권의 가치는 온건하게 본다면 35억-40억원 정도이고 좀더 높게 본다면 40억-45억까지 볼 수도 있겠다.   만약 포스팅에서 구단이 받아낼 수 있는 금액이 이보다 크다면 파는게 이득이고 적으면 손해인 셈이다. 


가능할까?  KBO리그 기준에서는 손아섭이 황재균보다 더 높은 가치와 명성을 가진 선수이지만 MLB스카우트들에게는 좀 다를 수도 있다.  난데없이 포스팅 시장이 출현한 손아섭과 달리 황재균은 시즌 중에 꽤 적극적인 관심을 받았던 선수 중 하나다.  파워히팅이 가능하고 좋은 하드웨어를 가진 내야수라는 스펙보다 시장에 알려져 있다는 것이 더 큰 잇점일 수도 있다. 프리미어12 에서의 명암 역시 영향을 줄 수 있다. 


게다가 포스팅 비용이 비싸지 않다면 구단은 선수와의 계약에서 선택지도 좀더 많아진다.  이적료가 비쌀 경우 계약기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질 수 밖에 없고 구단이 져야 할 리스크도 커지지만, 포스팅 비용이 싸다면 보장계약기간을 줄이고 뒤에 구단옵션을 붙이는 방식의 계약도 수월해진다.


손아섭의 포스팅 불발에도 불구하고 황재균에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거래 당사자인 롯데는 이를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사진-스포츠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