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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베이스볼인플레이

박병호를 삼킨 ML 강속구, 황재균은 어떨까

by 토아일당 2018. 1. 20.

[베이스볼인플레이]박병호를 삼킨 ML 강속구, 황재균은 어떨까

일간스포츠 2017.02.07 



KBO리그 홈런왕 출신 박병호는 지난 4일 소속팀 미네소타로부터 양도선수로 지명됐다.


그의 미래 앞에는 안개가 드리워져 있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고, 극복하기 어려운 시련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현재 미네소타는 그의 약점에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미네소타는 14일까지 박병호의 이적이 성사되면 포스팅 비용 1285만 달러를 날릴 수도 있는 선택을 했다.


박병호의 약점이란 결국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을 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KBO리그는 투수들의 빠른공은 메이저리그보다 느리다. 타이밍의 예술인 타격에서 구속 차이는 현실적인 벽이다. 박병호는 여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넥센 시절 동료였던 강정호는 훌륭하게 극복했다. 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올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황재균(샌프란시스코)은 과연 어떨까.


▶빠른공과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


강정호는 KBO리그 시절 빠른공에 강한 타자였다. 시속 147km(약 92마일) 이상 속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헛스윙 비율이 16.0%다. 시속 147km 이하 속구에 대한 헛스윙비율(17.1%)보다 오히려 낮았다. 박병호는 반대였다. 시속 147km 이하에서 헛스윙 비율은 22.4%였지만, 147km 이상에서는 32.5%로 높아졌다. 김현수는 두 선수의 중간이었다. 시속 147Km가 넘는 속구 헛스윙 비율이 19.3%이다.


강정호,박병호,김현수,황재균 147kmh+ 에 대한 헛스윙비율


무대가 바뀌고 상대한 투수도 달라졌지만, 이 성향은 비슷했다. 강정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대표적인 '패스트볼 킬러'였다. 오히려 투수 쪽에서 빠른공 승부를 피했다. 이적 첫해인 2015년 메이저리그 투수는 강정호를 상대로 55.7% 비율로 패스트볼을 던졌다. 이 수치는 2016년에 47.4%로 줄었다.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휠씬 낮은 비율이다. 


박병호는 지난해 느린 변화구를 상대로는 KBO리그 때와 비슷한 수준의 파워와 타구 비거리를 보였다. 하지만 빠른공 대처에 실패했다. 지난해 직구 상대 타율은 0.146에 그쳤다. 평균 스피드는 공교롭게도 KBO리그 시절 퍼포먼스가 급격하게 떨어졌던 기준인 시속 92마일(147km)였다. KBO리그에서 시속 147km 강속구는 전체 직구 중 13%에 불과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절반 이상이 92마일 이상이다. 또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전체 구종의 60% 이상을 빠른공으로 던진다. 구속 차이를 극복하는 게 리그적응의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김현수는 강정호만큼의 파워를 보여주진 못했다. 동시에 박병호처럼 컨택트에 어려움을 겪지도 않았다. 한편으론 KBO리그에서 보였던 출루 능력을 유지했고 이 능력으로 장타력 감소를 보완했다. 결과는 볼티모어 주전에 근접해 있는 현재 위상이다.


▶김현수에게 있고, 황재균에겐 없는 것



빠른공 대응 능력만 본다면 황재균은 김현수에 가까운 선수다. 시속 147km 이상 직구에서 헛스윙 비율은 20.8%다. 김현수(19.3%)보다 약간 높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다만 2스트라이크 상황으로 한정하면 차이가 보인다. 2스트라이크에선 헛스윙 하나가 아웃카운트 하나로 직결된다. 이 중요한 상황에서 김현수의 시속 147km 이상 직구 헛스윙 비율은 15.4%로 낮아진다. 하지만 황재균은 19.6%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볼카운트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한 타격 기술이다. 황재균의 빠른공 대응 능력 자체는 김현수에 가깝지만, 상황 대처 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출루 능력에 관해서 김현수와 황재균은 급이 다르다. 김현수는 컨택트, 파워 뿐 아니라 선구 능력도 함께 가진 흔치 않은 만능타자다. 


김현수는 KBO리그 4769타석에서 501삼진을 당하는 동안 597개의 볼넷을 골랐다. 볼넷/삼진비율 1.19로 3000타석 이상 역대 모든 타자 중 11위다. 2000년 이후 현역으로 뛴 선수 중에선 양준혁, 장성호, 이용규에 이어 4위다. 통산 볼넷이 삼진보다 많은 타자 중 장타율 순위에서는 양준혁, 이만수, 김기태, 김동주에 이어 역대 5위다. 통산 출루율도 0.406으로 KBO리그 역대 6위다.


그에 비한다면 황재균은 통산 4691타석에서 385볼넷을 고르는 동안 773삼진을 당했다. 삼진이 볼넷보다 딱 두 배 많다. 강정호나 박병호의 파워가 없었음에도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생존을 가능케 했던 출루 능력을 황재균은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황재균의 '도전'은 비관적이기만 할까?



▶기록은 '과거'를 먼저 보여준다


변수가 있다면, 여전히 커지고 있는 황재균의 잠재력이다. 시속 147km 이상 속구 헛스윙 비율은 2014년 21.7%에서 2015년 23.5%가 됐다. 다소 높아졌다. 2015년 황재균은 홈런 수를 전해 12개에서 26개로 늘렸다. 홈런이 크게 늘어났고, 헛스윙 비율이 소폭 상승했다는 이익을 본 장사다. 그런데 2016년에는 홈런이 27개였던 반면 시속 147km 이상 직구 헛스윙 비율은 16.7%로 크게 낮아졌다. 메이저리그 계약 직전 시즌만 놓고 보면 2015년 김현수(19.2%)보다 좋고, 2014년 강정호(16.0%)와 비슷하다.


컨택트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볼카운트 조건에서 변화는 더 극적이다. 2스트라이크 상황의 시속 147km 이상 속구 헛스윙 비율은 2014년 27.3%에서 2015년 21.2%, 2016년 7.7%로 놀라운 수준으로 개선됐다. 물론 샘플 사이즈는 50구 남짓으로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구종별 헛스윙 비율은 비교적 작은 샘플사이즈에서도 안정된다. 주목할 가치가 있는 수치 변화다.


헛스윙 비율 감소보다 더 인상적인 건 장타율 상승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2014년부터 황재균의 장타율은 0.475에서 0.521, 다시 0.570 으로 상승했다. 순장타율(ISO·장타율-타율) 역시 0.154→0.230→0.235로 마찬가지였다. 2016년은 황재균의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앞으로도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타자가 파워를 늘려 장타에 중점을 둘 경우 헛스윙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반대로 컨택트에 중점을 둘 경우 헛스윙은 줄어들지만, 장타도 함께 줄어든다. KBO리그 시절 김현수는 이 딜레마 사이를 오가며 자신에게 맞는 최적 조합을 찾으려 고심했던 대표적 타자다. 그런데 최근 3년 동안 황재균의 타격지표는 파워의 향상과 컨택트의 개선 둘 다를 보여준다. 보통은 트레이드-오프 관계가 되는 두가지 과제를 모두 성공시켰다. 


데이터는 과거의 기록이다. 하지만 데이터의 변화 추이는 과거 뿐 아니라 미래에 관해서도 뭔가 말해줄 수 있다. 이미 완성형에 가까웠던 김현수와 비교한다면 황재균의 데이터는 미래를 향해 좀더 열려져 있다.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는 유형이 다르지만 이견이 없는 KBO리그 최고 타자들이었다. 이들에 비한다면 황재균이 KBO리그 10시즌 커리어는 모자람이 있다. 하지만 아직 황재균은 정점에 이르지 않은 타자다. '성장 가능성'은 황재균의 가장 큰 무기다. 그래서 2017년 그의 도전은 지켜볼 가치가 있다.


http://news.joins.com/article/21219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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