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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베이스볼인플레이

포스트시즌, 공을 적게 본 팀이 휠씬 더 많이 이겼다

by 토아일당 2017. 10. 26.

플레이오프 마산 라운드에서 NC가 두 경기를 다 잡았다. 1차전은 2점차 열세를 마지막 이닝에 뒤집었고 2차전에서는 2점차 우세를 마지막 이닝까지 지켰다. 


양팀 선발투수는 2차전에서도 견고했다. 하지만 그에 맞선 양팀 공격에도 눈여겨 볼 만한 장면이 있다. LG는 5회초 채은성의 2루타와 실책을 더해 1사 3루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다음 타자 양석환이 공 3개 만에 삼진아웃으로 물러났다. 7회 선두타자 히메네스는 3볼 카운트에서 배트를 냈고 플라이아웃에 그쳤다. 좀 더 신중하게 공을 고르며 상대 투수를 괴롭혔다면 어땠을까. 더구나 공략하기 쉽지 않았던 스튜어트였다면 그런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았을까.  


7회 1아웃 타석에 선 NC 테임즈는 2구째를 제외하고 한번도 배트를 내지 않았다. 존 가장자리에 걸치는 공을 다 골라내고 결국 볼넷을 얻었다. 이어진 타석의 박석민도 신중했다.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1구 2구를 연달아 지켜봤고 4구와 5구를 파울로 걷어냈다. 결국 6구째 몸쪽 패스트들을 때려 담장 밖으로 날려보내며 결승2점 홈런을 만들었다. 박석민은 허프를 상대한 3번의 타석에서 공 19개를 던지게 했다. 허프의 투구수 97개 중 20%가 박석민의 것이었다. 이런 차이가 승부를 갈랐던 것일까.  


하지만 경기 전체를 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이날 LG 타자들의 타석당 투구수는 3.81개로 NC타자들의 3.59개보다 더 많다. 정작 공을 많이 보며 신중하게 타석에 임한 것은 오히려 LG타자들이었다.  


2016년 포스트시즌의 특징은 지독한 ‘투고’이다. 정규시즌 게임당 11점이 넘던 득점이 8경기 평균 5.3점이다. 절반도 안된다. 선발투수들의 압도적 피칭 영향이 크다. 그런데 이런 투수를 상대할 때야 말로 투구수를 늘리며 투수를 피곤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빠른 승부를 벌이는 타자에게 아쉬움을 갖는다. 어차피 난타전으로 끌고 갈 수 없는 조건이라면 적어도 투구수를 늘려놓아야 유리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8번의 포스트시즌 경기 중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7경기에서 이긴 쪽은 타석당 투구수가 적은 팀이었다. 공을 더 많이 본 팀은 졌고 빠른 공격 호흡을 가졌던 팀이 이겼다. 단순히 우연일까?


올해 정규시즌 공을 가장 많이 본 팀은 롯데다. 리그평균은 타석 당 3.88개인데 롯데는 4.0개다. 하지만 팀득점은 8위다. 물론 타석당 3.75개로 가장 공을 적게 본 SK의 팀득점 순위는 9위로 더 낮다. 팀득점 1위 두산은 타석당 투구수 4위다. SK다음으로 공을 적게 본 팀은 삼성인데 팀득점 3위로 상위권이다.  


공을 많이 보는 것이나 적게 보는 것이나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이라 말하기 어려운 결과다. 그런데 올 가을야구에서는 적극적으로 때린 팀이 더 나은 결과를 얻고 있다.


공을 많이 보는 전략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볼넷출루다. 하지만 지불해야 할 대가도 있다. 삼진이 늘어난다. 볼넷만 얻고 삼진은 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야구는 타자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다. KBO리그에서 타석당 가장 많이 공을 보는 타자들은 다들 삼진이 많다. 반대로 삼진을 잘 안당하는 타자들은 다들 투구수가 적다. 예외도 있긴 하지만 이용규 딱 한명이다. 이 경우는 그냥 이용규라서 그런 것이라 봐야 한다. 



공을 많이 보며 투수를 괴롭히는 것도 공짜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볼넷증가의 이익이 더 클것인가 아니면 삼진증가의 손해가 더 클것인가가 관건이다. 여기서 상대해야 하는 투수가 누구냐가 중요해진다. 그들의 능력과 성향에 따라 손익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포스트시즌 8경기에 등판한 선발투수는 10명이다. 가을야구 팀의 1-2선발이니 강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올해 가을야구 선발들의 유독 두드러진 특징이 볼넷 억제능력이다. 7명이 9이닝당 3개 이하이고 4명은 2개 이하다.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 스튜어트도 올 시즌 BB/9 3.30 이긴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1.99였다. 기본적으로 제구가 좋은 투수다.

타자가 득점을 만드는 방법은 두가지다. 걸어서 나가거나 때려서 나간다. 그런데 올 가을의 선발투수들은 도무지 볼넷을 내주지 않는 타입이다. 공을 고르며 기다려도 공짜 출루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게되면 볼넷의 가능성은 줄어늘고 삼진의 위험성만 남게된다. 그래서 때리는 전략의 유효성이 커진다. 제구가 좋은 A급 선발투수들을 상대할 때 고려할 만한 선택지다.    


때리는 공격이 더 나은 다른 이유도 있다. 가을야구팀의 1-2선발 쯤 되는 강한 투수라도 일단 타자가 공을 때려 페어그라운드로 보낸 결과에 대해서는 평범한 투수에 비해 크게 낫지 못하다. 삼진을 많이 잡고 볼넷을 적게 내주기 때문에 피안타율이 낮기는 하지만 인플레이 타율까지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타자가 때리는 공격을 할 때는 강한 투수와 약한 투수의 차이가 줄어든다.   


연신 파울을 쳐내며 10개가 넘는 공을 던지게 하는 ‘용규놀이’의 인상은 강렬하다. 하지만 이런 장면이 자주 나올 수는 없다. 리그에서 공을 가장 적게 보는 타자라도 타석당 투구수 3.2개보다는 많다. 가장 많이 보는 타자라도 4.2개보다 적다. 타석 당 1개 이상 차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경기 4타석을 이렇게 해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때려서 안타로 출루하면 투수가 감당해야 할 타석수가 하나 늘어나고 3개나 4개 정도의 투구수가 늘어난다. 이쪽이 더 효과적이다.


올해 포스트시즌 타석당 투구수는 3.76개다. 정규시즌 가장 빨리 공격한 SK의 팀 평균 3.75개와 거의 같다. 하지만 이것은 볼넷 허용이 적은 투수들을 상대하는 조건에 어울리는 선택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을 적게 보며 적극적으로 때린 팀이 휠씬 더 많이 이겼다. 물론 전략은 상대 투수 뿐 아니라 타자 자신의 능력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2스트라이크 이후가 두렵지 않은 컨택터들은 여전히 공을 고르며 버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적어도 투구수에 대해서라면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 말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은 무대에 선 팀들의 승패 뿐 아니라 야구의 다양성도 함께 보여준다. 이런 것도 가을야구의 매력이다.



네이버 2016PS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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