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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베이스볼인플레이

세 명의 외야수가 만든 세 개의 '더 캐치'

by 토아일당 2017. 10. 27.

NC는 1승만 추가하면 한국시리즈 진출이었고 LG는 1패를 안는 순간 탈락확정인 한판이었다. 경기결과는 2대1 연장11회 LG의 끝내기 승리.  이쯤되면 짜릿한 명승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좀 달랐다. 양팀 합쳐 39출루 그러나 3득점이 전부였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의 이전 명승부를 연출했던 호수비는 이 경기에서도 빛났다. 게다가 모두 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였다. 실종된 적시타가 아쉽긴 했지만 승부의 균형을 끝까지 붙잡아둔 ‘더 캐치’의 존재감은 그래서 오히려 더 컸다.


더캐치 #1 3회말 김준완 - 수비난이도 A


1회와 2회 연이은 만루기회에서 별 소득을 얻지 못한 LG는 다시 2사13루 기회를 만들었다. 추가득점이 가능하다면 경기초반의 분위기가 넘어갈 법한 상황. 하지만 그라운드 중앙을 가르며 날아간 김용의의 직선타구는 NC 김준완의 다이빙 캐치에 걸렸다.


타구속도 152.7kmh 비거리 82.7m 체공시간 2.64초였다. 지난 2시즌 동안 타구추적장비가 기록한 이와 같은 유형의 타구는 42개다. 2루타가 7개, 1루타가 30개, 아웃처리된 경우는 5개다. 42개 중 37개가 안타가 된 것이니 88.1%다.  타구의 방향을 고려하면 김준완의 수비가치가 좀더 정확히 계산된다. 김용의의 타구는 중견수 정면을 기준으로 왼쪽 7.8도로 방향이었다.

  

42개의 타구 중 이 방향으로 날아간 것은 7개였고 모두 안타였다. 이게 김준완이 잡아낸 타구에 관한 통계적 평가결과다. 더구나 추가점을 허용했다면 초반 흐름이 넘어가고 또 상대팀 상위타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더캐치 #2 8회말 나성범 - 수비난이도 SS


이후 양팀의 공격은 NC의 6회 1득점을 제외하면 잔루만 쌓아갔다. 그리고 8회말 LG 공격 2사 만루 채은성 타석. 그 이전에 무사만루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히메네스의 강한 타구가 3루수 박석민 정면으로 향했고 합의판정 끝에 더블아웃으로 끝났었다.

 

살려내지 못한 기회의 무게 만큼 공격팀에게 압박이 있는 상황이고 반대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칠 수 있다면 흐름의 역전을 기대할 만한 상황도 된다. 채은성의 156.2kmh 짜리 타구가 우중간으로 날았다. 이번에는 나성범의 다이빙캐치.


분석할 수 있는 지난 2시즌 동안 이 타구와 같은, 비거리 77.7m  체공시간 2.45초 해당 타구는 62개다. 결과는 2루타 4개, 3루타 1개, 1루타 54개, 아웃은 3개다. 아웃처리비율은 기껏 5% 남짓이다. 타구방향 정보를 추가해서 가려내면 9개이고 역시 모두 안타다. 더구나 8회말의 2사만루 상황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나온 가장 난이도 높은 수비였고 또 결정적인 수비였다. 정규시즌 동안의 모든 수비와 비교해도 그 이상을 찾기 어려웠다.


더캐치 #3 11회초 안익훈 - 수비난이도 S


연장에 접어든 11회초 또 한번의 ‘더 캐치’가 터졌다. 2사12루 나성범의 타구는 배트에 맞는 순간의 160.7kmh 였고 27.1도 각도로 뻗었다. 비거리는 122.5m였다. 잠실을 제외한 모든 구장에서 이만큼의 비거리는 당연히 담장 바깥이다. 잠실에서라도 타구각도가 5도 쯤 더 높았다면 비거리가 늘어나며 125m 가장 먼 펜스를 넘길 수 있었다. 잠실구장의 우중간은 120m다.  메이저리그 구장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사이즈다. 방향이 5도쯤 만 더 오른쪽으로 치우쳤다면 이 우중간 펜스를 넘겼을 것이다.


그동안 잠실구장에서, 정면 오른쪽 6.9도 방향 122.5m를 날아갔고 체공시간 5.47초로 그라운드 안쪽에 떨어진 비슷한 타구는 10개가 있었다. 2루타가 5개 3루타가 3개 플라이아웃이 2개였다. 10번 중 2개의 플라이아웃이 있으니 단순 계산으로는 아웃 비율 20%로 아주 낮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내용은 좀 다르다.


작년 6월21일 롯데-두산전 6회 122.8m를 날아간 아두치의 타구는 정수빈에게 걸렸고, 올해 6월2일 기아-엘지전에서 123.4m를 브렛필의 타구는 임훈이 잡아냈다. 하지만 두 경기 다 중견수는 약간 깊거나 정상수비를 하고 있었다. 그랬음에도 둘 다 하이라이트급 호수비였다.  


그런데 11회 초 안익훈은 짧은 안타와 홈승부에 대비해서 평소보다 좀더 앞으로 나와 수비위치를 잡고 있었다. 이 타구를 잡아내지 못하면 최소 2루타 이상의 장타였다. 경기상황도 다르다. 정수빈과 임훈의 수비는 인상적이었지만 둘다 점수 차이가 좀 나던 기울어진 승부였다. 하지만 이날은 절체절명의 동점 연장승부였다. 그의 수비가 ‘더 캐치’로 손색이 없는 이유다.


39번 출루해서 3득점에 그친 경기는 흔치 않다. 아마 없을 수도 있다. 이날 경기에서 기록된 잔루, 사사구 모두 포스트시즌 신기록이다. 하지만 이 경기가 불명예 기록만 남겨놓은 것은 아니다. 타구방향, 비거리와 체공시간을 고려했을 때 한번도 아웃처리된 적이 없던 2개의 타구를 김준완과 나성범의 다이빙캐치가 막아냈다. 얕았던 수비위치에도 불구하고 안익훈은 122.5m 타구를 잡아냈다. 이 3개의 ‘더 캐치’ 덕분에 플레이오프 3차전 승부는 그래도 볼 만 했다. 



네이버 2016PS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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