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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아일당Notes

The Only Rule Is It Has To Work

by 토아일당 2019. 7. 12.

"The Only Rule Is It Has To Work"

그로스해킹이란 말을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그게 뭔지 몰랐다.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구글링을 해봤다.

그로스는 gross가 아니라 growth였다. 해킹은, 설마 했는지 진짜 그 hacking이었다.

다만 그 내용은 아마 그럴거라 생각했던 것처럼 --- 역시 별거 아니긴 했다. 이해한 바대로라면, [트라이얼-피드백-개선] 의 사이클을 반복한다 쯤 될려나. 감히 별거 아니라고 한 것은, 이게 무가치하다는 것이 아니라 --- 어느동네든 고수들에겐 숨쉬듯 자연스러운 감각인 것이라서다. 하긴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있을라고.

흥미로운 것은 hacking이란 메타포다. 지금 세상을 주도하는 IT이니셔티브의 흔적이려니.

여러 부정적 오용이 있지만 --- 60년대 MIT의 선구자들에게 비롯되었다시피, 해킹이란 말의 본질은 [문제해결]에 관한 무엇이다. 대신 그 나름의 맥락은 좀 독특하다.

1) 놀이하듯 문제해결에 매달린다. 대신 전쟁을 치르듯 치열하게.
2) 어떤 형태의 블랙박스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냥 다 까뒤집어 풀어내야 직성이 풀린다.
3) 도구나 기술이나 개념이나, "원래 그런 것"이란 없다. 그게 뭐든 쓸수 있으면 쓰고 풀수 있으면 푼다.

최초의 해커들은 그 반대편 사람들을 tool이라 불렀다. 주어준 것을 그냥 받아들이는 자들, 도구를 정해진 용도로만 쓰는 자들. 그래서 멍청이들. 재미없고 지루한 종족들.

그래서 그들은 IBM을 싫어했다. 고급수트를 빼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퍼스트클래스를 타고 다니는 그들을 혐오했다.

해커들의 감각이란 "아니 컴퓨터를 비즈니스나 과학용으로 쓴다고? 쟤네들 미친거아냐?" 쯤이다. 그래서 그들은 학교에 있던 신성한 메인프레임 컴퓨터에 오실로스코프를 달고 직접 납땜해서 만든 스위치를 붙여 [우주전쟁게임]을 만들어냈다. 그게 인류 최초의 비디오게임이다. 놀런 부쉬넬은 여기서 영감을 얻어 PONG이란 최초의 상업용게임기.를 만들게 되었고 이게 전설의 명가 ATARI의 출발이 된다. (부쉬넬은 별나게도 바둑매니아였다. 설마 아타리가 그 아다리.였다는 전설도...)

초기 세이버메트리션은 그야말로 해커다. '야구란 원래' '야구몰라요' 따위의 블랙박스를 그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장난해? 그런게 어딨어. 난 야구가 뭔지 풀어내고만다. 자 덤벼." 그렇게 그들은 미국문화의 중심이며 지독히 보수적이고 그러면서 10조 비즈니스인 MLB의 이니셔티브를 30년만에 장악한다.

kbo리그 팀들은 이제 데이터분석에 도전하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해킹이다.

최근 마케팅분야에서 하필 [해킹]이란 메타포가 뜬 것은 시대가 그걸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방송-신문광고 같은 이전의 도구는 완전히 무력화되었고 새로운 미디어를 다뤄야 한다. 낯설고 새롭다. 대신 그 미디어들은 대체로 인터랙티브하며 거의 모든 프로세스가 추적 및 측정가능하다. 그래서 해킹이 어울린다. 트라이얼-피드백-개선. 다시 반복.

그런데 야구에서 데이터분석도 그렇지 않나?

박사급 팀장을 계약직으로 뽑으려는 어떤 구단의 발상에 대해 --- 난 그게 잘못된 것이라 보지 않는다.

프로야구팀의 데이터분석이 무엇인지 우린 아직 잘 모른다. 어떤 사람이 그 일을 잘 할 수 있을지는 더 모른다. 게다가 그 사람이 어떻게 기존의 조직-프로세스와 융합되어야 하는지는 더더 모른다. 그러니 트라이얼&피드백이 필요한 시절이다.

다만 이왕 해커처럼 굴거라면 --- 몇가지 더 필요할 것이다.

계약직이니까 정규직 대비 이러이러 이상의 보수를 주긴 어렵다? 이건 해킹이 아니다. 계약직이니까 조직내 권한에서 이러이러하기 어렵다? 당연히 해킹이 아니다.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피드백이 아니라 조직의 관행이나 위계를 앞세운다면 역시 해킹은 성립하지 않는다.

대신 해커는, 문제를 푸는데 어떤 선입견도 고정관념도 갖지 않는다. 원래 그런거... 없다. 뭐든 되면 그게 정답이다. 그러니 박사급이 계약직이면 뭐 어떤가. 다만 --- 나머지도 해커다우면 된다.

해커는 문제를 푸는 사람이다. 그들의 동력은 호기심이다. 열정이란 단어를 여기 덧붙이고 싶지 않다. 그건 동어반복이다. 호기심이 진짜라면 열정을 논할 필요도 없다. 해본다. 피드백을 확인한다. 고친다. 다시 해본다. 될때까지 해본다. 이게 무대뽀와 다른 이유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렇다.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으면 절대로 '작동하지 않으니까'.

정치가들은 작동하지 않는 것을 작동한다고 우긴다. 무당들은 작동하길 간절히 믿고 남들한테도 믿으라 한다. 소시민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누가 작동하게 해주길 기다린다.

해커들은 --- 작동할 때까지 새로운 방법을 찾아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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