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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심판, 기계판정 실험 - 아틀란틱리그

by 토아일당 2019. 8. 5.

Home plate umpire Brian deBrauwere, left, huddles behind Freedom Division catcher James Skelton, of the York Revolution, as the official wears an earpiece during the first inning of the Atlantic League All-Star minor league baseball game, Wednesday, July 10, 2019, in York, Pa. (AP Photo/Julio Cortez)

 

MLB가 지원하는 아틀락틱리그의 실험이 생각보다 속도를 냈다. 지난 7월11일 올스타게임에서 트랙맨시스템을 이용한 완전한 기계판정이 실행되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전해진 영상을 본 후 반응의 주류는 "뭐야. 기계가 완전 정확하게 하는거 아니었어? 사람보다 잘하는거 맞아?" 쯤. 당연하다. 애당초 기계판정에 대한 과한 기대가 잘못된 것이다. 근데, 왜 이상해보이냐, 왜 잘 못하느냐를 따져보면 의미있는 맥락이 있다. 

기계가 투수가 던진 공을 추적하는 능력은, 실제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만큼은 아닐지몰라도 --- 꽤 정확하다. 물론 모든 기계가 다 그렇듯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온도에 따라 습도에 따라 경기장 조건에 따라 park-to-park, day-by-day 캘리브레이션 같은게 많이 영향을 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사람과 비교도 못하게 잘 본다.

근데 --- 영상 속의 판정이 왜 그따위냐고?

기계는 공이 어디있는지 잘 알지만 --- 스트라이크존이 어디인지 잘 모른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 우리는 백년 넘게 야구를 해왔고 몇천억, 몇조 단위의 비즈니스로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 통일되고 명확한 [스트라이크의 정의]를 갖고 있지 않다. 스트라이크존을 사람이 기계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 사람이 그걸 모르는데 무슨 수로 알려주나. 

이런 말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그냥 규칙대로 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다. 우리는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갖고 있지 않다. 

애틀란틱리그에서 데뷰한 기계심판은 "공의 어디라도, 스트라이크존의 어딘가에 닿으면 스트라이크"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 보통 "규칙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분들에게 "그렇다면 그 규칙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을때 대부분 하는 대답과 일치한다.

기계판정 영상에 두드러졌던 것이 주로 무릎 근처의 아주 낮은 공의 스트라이크콜이다. 어떤 분들은 저게 어떻게 스트라이크냐고 하지만 --- 음, 그 공들은 아마 홈플레이트 앞부분 모서리를 스치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의된 규칙]에 따라 스트라이크콜을 한다. 그게 기계가 판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아는 야구랑 다르다. 우리 감각 속의 야구는 사실 분열되어 있다. "스트라이크의 정의가 뭔데?"라는 뻔하고도 생경한 질문에 매우 당연스럽게 "규칙이 있잖아. 스치면, 닿으면 스트라이크잖아. 그게 뭐 어려워?"라고 답하는 그 [감각]와, --- 실제 경기를 보며 "장난해? 저게 어떻게 스트라이크야?"라고 화내는 그 [감각]은 분열되어 있다. 

물론,타자의 키, 타격폼 때문에 위아래 존의 불확실성도 영향을 주겠지만 --- 애틀랜틱리그 영상을 보면서 느낀 것은 --- 그것 때문보다, 걸치고 나가는 공(또는 걸치고 들어오는 공)에 대한 감각차이가 휠씬 더 커보였다.

붙인 링크는 작년 카카오AI리포트에 기고했던 글이다. 투구가 홈플레이트 상공을 통과하며 얼만큼이나 많이 변하는지 표시한 시각화자료가 붙어있다. 

[로봇심판과 판정알고리즘의 의미있는 도전] 
--- 카카오AI리포트
https://brunch.co.kr/@kakao-it/290

투수마다, 구종마다, 로케이션마다 다르지만 --- 키큰 투수의 변화구라면 --- 홈플레이트 상공 51.8cm 를 비행하며 15cm 정도까지는 너끈히 움직인다. 게다가 타자나 관중이 체감하는 배터박스 1.5m 상공에서라면 30cm나 40cm도 변할 수 있고 포수미트까지라면 이보다 더 변한다. 

공의 어느부분이라도, 규칙에 나온 스트라이크존 기준 홈플레이트 상공의 가상 입방체.를 지나는 것이 [스트라이크]라고 할 경우 --- 포수가 원바운드로 잡는 공 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공들이 스트라이크콜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 그건 우리가 아는 야구랑 명백히 다르다. 그게 드러나지 않았던, 신경쓸 필요가 없었던 --- 우리 안에 있던 야구감각의 분열이다. 

머신러닝 같은걸 쓰면 ---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신 --- 그 로봇심판은 "꼭 사람처럼" 판정할 것이다. 사람처럼 판정한다고? 그럼 왜 기계판정이 필요하지?

머신러닝이나 AI기술에 관한 혁신적 논문에서 97%의 일치도를 보였다!!!! 라고 하면 나름 우와!!! 한다. 근데 그게 야구의 스트라이크판정에 적용된다면 --- 경기 당 10개 가까운 [오심]을 뜻한다. 음???

다만 --- 그들의 저 실험을 왜 저리 서둘렀는지 맥락은 잘 모르겠다. 게다가 리시버를 통해 볼/스트라이크 콜을 0 또는 1로 전달받는 방식으로 구현한 배경도 사실 잘 이해는 안된다. 내가 생각하는 휠씬 나은 방법은 --- 공의 궤적을 심판이 착용한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디바이스에 표시해주고 심판이 그걸 보고 최종판정을 하는 모델이다. 현재 기술수준으로 구현가능하다. 

어쨌든 재미있다. 지능 비스무리한 걸 가진 존재와 만나게 된다면 ---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좀더 객관화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게 우리를, 우리 종족을 좀더 나은 존재로 성장시켜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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