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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구에 맞은 심판 - 2023년8월26일 LG-NC전

by 토아일당 2023. 8. 29.

시리즈 스윕이라도 면했다면 좀 덜했겠으나, 일이 꼬리려면 참... 그럼에도 그것은 그것 이것은 이것. 머리 속 복잡한 것일수록 써내고 나면 좀 나아지는 법이라 겸사겸사.


1. 심판 타구맞음에 대한 규칙은 기본적으로 수비 측을 위해 만들어진 룰


(아닌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야구규칙은 그라운드 안 심판을 돌멩이로 봅니다.  심판이 그라운드 안에 있는 것은 어쩔 수 없고 간혹 타구에 맞는 일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때 "타구맞음"이라는 사건을 어떻게든 야구 안의 논리로 풀고 해석하고 판정하는 것이 규칙이 하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기본전제는 "돌멩이에 맞았다"를 바탕에 둡니다.  그리고 매 상황에 따라 이런저런 응용이 있습니다.  여튼 심판이 타구에 맞는 것은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경기의 일부입니다.
이런 발상에서 본다면 타구가 심판에 맞는 것은 일종의, 그리고 특별한 불규칙 바운드입니다.  대개의 불규칙 바운드가 그렇듯 수비측에는 불운입니다. .


규칙은 어쩔 수 없는 불운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이 수비팀에게 더이상의 피해가 되지 않도록 배려합니다. 불운은 통제할 수 없지만 그로인한 결과는 가급적 합리적으로 판정하고자 하는 의도입니다.  경기는 볼데드가 되고, 타자주자는 1루까지 "만" 갈 수 있습니다.  다른 주자는 움직이지 못합니다. 타자주자가 1루에 갔으니 1루에서 밀려나는 주자만 역시 어쩔 수 없이 다음 베이스로 전진합니다. 

타격결과는 안타로 간주합니다.  잘쳐서 안타는 아닙니다.  1루에 진루했으니 무엇이든 근거가 필요합니다.  (이런게 야구규칙의 철학입니다.  경기장 안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에 대해 그것이 무엇이든 어딘가에 귀속시킵니다.  뜬금없는 연상이지만 저는 이게 기업의 원가회계와 꽤 비슷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기업에서 발생한 비용과 수익은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계정에든 귀속시켜야 합니다) 

주자가 1루에 출루할 수 있는 모든 경우는 안타-볼넷-HBP-수비실책(타격방해 포함)-야수선택(또는 선택수비)인데, 그래도 이중에 가장 가까운게 (불규칙바운드로 인한) "안타"라고 봤나봅니다.
어쨌든, 끔찍한 불규칙바운드가 생겼으나 그 돌멩이가 하필 딱 심판처럼 생겼으니 그 불운에 공감하며 수비 측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준을 정한 것입니다.


하여, 타구가 심판에 맞았는데 왜 안타가 되냐는 불평은, 이해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심판이 절대 타구에 맞지 않는다는 보장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정도가 가장 합리적인 해법입니다. 모르긴해도 고성능 로봇심판이 투입된다 해도 이건 어쩔 수 없을거에요.


2. 하지만 야규규칙에는 그밖의 다양한 정상참작 규정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심판이 타구에 맞긴 했는데, 그 타구가 선상 타고 흐르는 너무나 명백한 장타코스였다면? 이번에는 공격 측이 좀 억울해질겁니다. 돌멩이 안맞았으면 장타였고 돌멩이에 맞았어도 장타인데, 하필 그 돌멩이가 심판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손해를 봅니다. 1점 뒤진 2사12루 쯤 되었다면 그 억울함이 어떻겠습니까.


해서 몇가지 예외규정이 있습니다.


심판에 맞았지만, 수비가 캐치하지 못할 것이 명백히 확실하면 볼데드 대신 인플레이로 갑니다. 타자든 주자든 갈 수 있는 만큼 전진합니다.  노바운드로 심판에 맞고 그 공을 수비수가 잡는 경우도 예외규정에 들어있습니다. 인플레이로 봅니다. 대신 라인드라이브아웃이 아니라 땅볼캐치로 봅니다. 타자든 주자든 잡아내면 아웃이고 못잡으면 안타가 되겠지요.

 

심판맞음 아니라 주자맞음에도 비슷한 예외규정들이 있는데, 수비수 바로 뒤에서, 이미 수비수를 통과한 채로 맞았고 다른 수비수가 수비 못할게 명백히 분명한 경우입니다. 이럴때는 주자맞음.이지만 아웃이 아니라 인플레이입니다.


즉, 심판맞음. 시 볼데드 + 타자1루타 + 밀린 주자만 진루.라는 규칙은, 공이 하필 공이 특수한 돌멩이에 맞은 경우 불운은 어쩔 수 없어도 그 이상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수비 측을 배려한 규정이지만 그 규정이 과해서 이번에는 공격 측의 손해가 될 수 있는 예외에서 공격 측 이익을 보호합니다.


여기까지의 야규규칙은 충분히 타당합니다. 와, 야구규칙은 정말 정교하고 합리적이구나 라고 감탄해도 이상할게 없고요.


3. 규칙의 사각에서 생긴 수비 측의 대손실


2023년 8월26일 창원에서 생긴 사건은, 나름 정교하고 합리적인 이 규칙의 사각에서 생긴 참사였습니다.
돌멩이에 맞았으나 불규칙바운드는 없었고, 또는 불규칙 바운드가 있었으나 수비가 그것을 너끈히 처리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수비 이익 보호 규정"이 적용되었습니다. 손실을 전제로 적용되어야 하는 규정인데, 손실이란게 애당초 없었으니 오히려 규정적용 때문에 없던 손실이 생겨버렸습니다.
(심판 발에 실제로 맞았다 안맞았다는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날 있던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 규정에 대한 글이라 그렇고, 그날 안맞았어도 다른날 맞을 수 있으니 다를건 없습니다)


앞서 설명한 이 규정의 맥락과 예외가 추가되는 보완과정을 본다면, "심판에 맞았지만 수비가 이와 상관없이 플레이를 이어갔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수비에게 이익이 되었다면 볼데드를 선언하지 않는다." 와 같은 새로운 예외 케이스가 되는게 휠씬 더 타당합니다.


지나간 일은 그렇다치고, 저는 이를 계기로 KBO룰에 이를 추가하면 좋겠습니다...만. 아마 그러기 어려울거 같지요. KBO룰은 KBO리그에서 뭔일이 생겼든간데, MLB룰이 변하기 전에는 안변하는 성향이 있으니. (아니면 더 좋고요)


4. 규칙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일까?


2루심은 잘못했나요? (공에 맞은거 논외로 함 주의. 일단 맞았다고 전제)


거의 스쳤다고 치면, 그 미세한 스침을 인식했고 지체없이 공 맞았음을 선언했습니다. 집중했고 규칙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었습니다. 오...상받아야 할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어쩌면 논란을 각오하고 솔직하게 공맞았음을 인정했고 규칙에 맞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흠...진짜 상받아야 하나. 결과가 나빴다고 과정을 비난해서는 안됩니다. 당연히.

 

근데, 과정이 진짜 좋았나요? 규칙의 취지는 "특별한 불규칙바운드에 대한 수비 이익 보호"입니다. 그게 규칙의 본질입니다.


그렇다면 두가지 선택이 있었네요. 하나는 규칙의 취지에 반하든 말든, 상식적으로 합당하든 말든, 어쨌든 로봇처럼 규칙이 정한대로 행동하는 것. 다른 하나는 규칙의 자구가 아니라 규칙의 취지와 본질을 기준해서 판단하고 조치하는 것.
다만 요즘 세상은 후자보다 전자가 더 칭찬받는 세상입니다. 후자를 선택하면, 규칙에 반한 행위로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압수수색 당해서 휴대전화 털릴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뭔일이 생길이 어찌 알겠어요. 자칫 온 세상으로부터 가족 걱정을 끼치는 일을 겪을 수도 있겠고요.


그날의 2루심은 로봇처럼 굴었습니다. 매우 못마땅하지만 비난하기 쉽지 않네요. 지금 세상은 대체로 그렇게 행동하는 쪽이 안전하고 더 이익이니까요. (이번에는 좀 달랐지만...이건 오히려 예외)

씁쓸합니다. 어쩌겠어요. 해결책은 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심판이랑도 상관없고 규칙이랑도 상관없고요. 이번주 게임에서 계속 이겨주면 됨.